![]() |
사쿠라의 그림일기
[애니]
작성일시 : 2012. 02. 20 (21:00)
|
여러분, 안녕하세요. FATE의 메인 히로인이자 여러분의 아이돌, 마토우 사쿠라입니다. 인기 투표 결과 얘기를 꺼내시는 분은 모두 적으로 볼 테니까 각오해 주세요★
벚꽃도 슬슬 3할 정도 피었으려나요. 따뜻해서 너무 기분이 좋아 툇마루에서 햇빛을 쬐고 있자니, 귀여운 배추흰나비가 살짝 날아왔습니다. 개천을 들여다보면 송사리 학교가 개교했을지도 모르겠군요. 봄 공기는 생명으로 가득 차서, 환희 속에 맥동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계절도 제 가슴에 남은 얼음을 녹여주지는 못 한달까, 선배님 뇌를 좋은 온도로 계속 데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젠 증오스러울 정도로는 모자라는, 무자각 전자동 범죄자 제조기는 오늘도 기운차게 풀 가동입니다. 어제만 해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오빠, 사쿠라, 빨리 빨리~!」
열 발자국 정도 앞서서 이리야쨩이 기쁜 듯이 이쪽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폴짝폴짝 춤추는 듯한 스템을 밟으며, 한 발로 착지하고는 그대로 빙글 반회전. 슈퍼의 봉지를 빙빙 휘두르면서 이쪽을 뛰어옵니다. 살짝 피해서 전신주에 그대로 박아버릴까 했습니다만 양팔을 벌리며 받아주었습니다. 보고 있자니 위험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리야쨩은 아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놔 두고 가 버린다~!」
옆에서 비추는 저녁해에 미소가 비쳤습니다. 새빨간 눈동자가 불타고, 별을 박아놓은 베일 같은 은발을 나부끼면서 또 앞을 향해 달려가 버렸습니다. 너무나도 순진하고 귀여운 그 모습에 제가 쓴웃음을 짓고 있자,
「어쩔 수 없군……」
선배님도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습니다. 선배님 얼굴도 역시 빨갛게 물들어 있습니다. 선배님과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을 의식하자, 부끄러우면서도 조금 기분이 고양되었습니다.
상점가에서 에미야 가로 이어지는 길은 빨갛게 타오르고, 태양은 긴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저녁 찬거리를 사러 갔다 오는 길인 겁니다. 값싸길래 이것저것 한꺼번에 사들였기 때문에 저도 선배님도 양손에 슈퍼 봉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덧붙여서 오늘의 저녁 메인디쉬는 장어덮밥입니다. 하지만 선배님의 장어는 다른 것과 맛이 틀립니다. 슈퍼에서 파는, 조리되어 팩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생선 가게에서 한 마리 통째로 파는 것을 사다가 처리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본격적입니다. 궁극의 일품으로 지고의 유우잔 선생님도 생각치 못한 훌륭한 맛입니다. 이것을 먹고도 아직 뭐라고 할 말이 있다면 혀를 뽑아 드리겠습니다★
게다가 장어라고 하면 뭐니뭐니 해도 정력이 붙는 요리입니다. 여담으로 제가 편승해서 레바닐라 볶음이나 비슷한 요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만큼이나 드시면 선배님도 매우 건강해지실터, 밤이 기대됩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조금 더 숨김맛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마술사의 끝자락, 별 거 아닌 약 정도를 만드는 방법 정도는 터득하고 있기 때문에. 남몰래 저녁밥에서다 그럴 기분이 드는 약을 넣어 본다던가 해서 아앗선배님생각보다격렬합니다낮의상냥한선배님이거짓말같습니다대단해대단해아앗이젠한계입니다용서해줘요아아아직도이렇게기운차시네요참아주세요아아거짓말입니다기다려요멈추지말고좀더
「……사쿠라, 왜 그래?」
야채가게에서 산 무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저를, 선배님의 목소리가 현실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아아아아아무것도 아닙니다」
순식간에 상냥한 웃음을 짓습니다. 나도 참,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파렴치한.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서 불이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만, 저녁노을이 그것을 가려주었던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이리야~, 그렇게 뛰어다니다간 넘어진다~」
선배님이 고함치자, 괜찮아~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딸랑딸랑 방울이 울리듯이 웃는 그 모습은 요정을 연상케 하여, 그래도어딘가로 날아가 버릴 듯한――
「아」
기운이 빠진 듯한 짧은 비명. 이리야짱의 몸이 크게 기울었습니다. 어떻게 한 발 더 내딛었습니다만 마스터를 잃은 마리오네트처럼 기우뚱하고 무릎이 꺾인 모양이었습니다. 제 입 안에서 비명이 새어 나오고, 폭발하려고 하는 때.
「――웃차, 괜찮아?」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간 선배님이 한쪽 팔로 그 화사한 몸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은발이 펄럭하고 지면에 은하수를 그리듯이 퍼졌습니다. 이리야쨩은 크게 뜬 동글동글한 붉은 눈으로 멍하게 선배님 얼굴을 보면서.
「응, 괜찮아. 고마워, 오빠」
그렇게 말하며 자력으로 일어서려――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기우뚱하고 몸이 기울었습니다.
「이리야쨩……?」
저도 자기도 모르게 달려서 가까이 갔습니다.
「괜찮아? 몸이 안 좋니?」
저는 이리야쨩의 이마에 손을 댔습니다. 그러자 이리야쨩은,
「정말로 괜찮다니깐」
너무 걱정 마, 라며 제 손을 부드럽게 뿌리쳤습니다.
「그치만」
「이리야」
라며 선배님이 이리야쨩에게 등을 돌리며 쭈그려 앉았습니다.
「무리하지 마. 자」
「괜찮다니깐……」
「괜찮아」
조금 어조를 강하게 해서 말하는 선배님의 등을 보면서, 이리야쨩은 망설이는 듯이 우물쭈물거렸지만, 이윽고 기쁜 웃음을 지으며 선배님에게 업혔습니다. 저와 선배님은 쓴웃음지으며 얼굴을 마주 보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오빠 등, 넓다~」
「그래?」
「오빠 등, 따뜻해~」
「그렇구나」
이리야쨩은 이불을 둘러쓴 고양이처럼 기분 좋은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선배님 등에 볼을 비볐습니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쿨쿨 평온한 숨서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저녁 해에 늘어진 그림자 두 개, 무척이나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이었습니다.
……예에, 그것만이라면 너무나도 멋들어진 원 씬이었지만요. 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리야쨩의 이마가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웠던 것을.
이리야쨩을 안을 때의 선배님 손이, 틀림없이 그 평탄한 가슴에 위치해 있었던 것을.
이리야쨩을 업은 선배님 손바닥이 그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꾹 붙들고 있는 것을.
이젠 시간이 없습니다. 선배님의 행위는 슬슬 직접적인 것으로까지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라고 할까 이건 성추행이 아닙니까. 선배님 뇌도 걱정이지만, 이리야쨩의 정조도 절대절명의 위기에 있습니다. 어린 몸으로 정조를 잃고서, 일생 그것을 트라우마로 짊어지고서 살아가야 한다니 그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범인은 만 번 죽어 보상해도 갚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축생도 이하의 길에 선배를 떨어뜨릴 수는 없습니다!
등등으로 주먹을 쥐고 있는 제게 어떤 연락이 닿았습니다. 선배님이 감기에 걸려 드러누웠다는 모양입니다. 어제는 그렇게 건강하셨는데, 어쩐 일일까요. ――확실히 환절기에는 별 거 아니겠지 싶던 것이 컨디션을 망가뜨리는 일이 잦습니다만――토장에서 뻘뻘 땀을 흘린 채로 잠드셔서 배라도 차게 했던 것일까요. 언제나 그렇지만 이건 무척이나 건강에 안 좋으니까 그만 두셨으면 합니다. 또 마음에 짚이는 걸 말하자면 성추행 마인에게 조금 제재를 가하려고 가벼~운 약을 요리에 섞어 보았던 것입니다만 약효가 좀 셌던 걸까요. 3시간 정도 화장실에 처박혀 있으면 약효가 다 떨어지도록 만들 생각이었습니다만.
어쨌든 이건……찬스입니다!
몸도 마음도 약해져 있는 선배님은 상냥하게 간병해 드리면 대폭 호감도 UP이 틀림없습니다. 이 이벤트는 분명 루트 돌입 필수 플러그라던가 그런 류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이젠 이쪽 맘대로, 다행히도 병이 완치된 선배님과의 알콩달콩한 해피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터입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지금까지의 몇몇 실패에서 반성했던 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저는 『후배』라는 것에 너무 집착하고 있었던 게 아닌 걸까. 확실히 이 속성은 커다란 무기입니다만, 지금까지 선배에게 통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눈을 돌려야만 할 것입니다. 게다가 제 무기는 그것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더욱이 원래부터 갖고 있는 무기에, 다른 것을 더해도 반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이미 여기까지 와 버렸으면 거의『뭐라도 가능(발리 투드)』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벌레를 시선으로 죽여버릴 정도의 기세로 미소지었습니다. 선배님은 ……이런 제가 구해내고 말겠습니다!
「선배님, 실례하겠습니다」
「아아, 그래. 사쿠... 푸훗!?」
선배님 방 장지문을 열고 한 발 내딛는 순간, 선배님이 입에 머금고 있던 녹차를 성대하게 내뿜었습니다. 쿨럭쿨럭 기침을 하시는 것은 아무래도 감기 탓이 아니라, 기관에 차가 들어간 모양이었습니다. 선배님, 언제나 그렇지만 나이스 리액션입니다.
「앗, 서, 선배님, 괜찮으세요?」
「아, 아니, 어떻겐가……사쿠라야 말로……?」
왠지 현재진행형으로 뇌가 멀쩡하지 않은 사람에게, 오히려 심한 말을 듣은 듯한 기분이 들지만 기분 탓이려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뭐, 선배님이 놀라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지금의 저는 평소와는 격이 틀리니까.
포멀한 느낌을 주는 하얀색 여성용 커터 셔츠에 황록색 가디건을 가볍게 걸치고, 검은 타이트 스커트. 거기에 정강이는 어두운 색 타이츠가 감싸서 어른의 매력을 연출입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그것들을 감싸고 있는 결벽의 백의. 마무리로 머리를 후두부 오른쪽 사이드의 낮은 위치에서 묶어서 앞으로 늘어뜨리고, 붉은 테두리의 안경까지 써 보인 출혈 대서비스 적자 각오입니다, 어떻습니까, 사장님. 거기 섯 도둑놈~ 이란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즉 오늘의 컨셉은『양호 선생님』이었습니다. 결단코 이과 대학생이라던가 기업의 연구원이나 그런 게 아닙니다. 똑같은 것도 호칭 하나만으로 인상이 홱 바뀌어버리니까 그런 쪽으로 따지는 것은 사양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무튼『보건』입니다. 오늘 도전에 앞서서, 메이드나 너스라는 것도 선택지에 넣고서 고민했었습니다만, 결국 이걸로 했습니다.『양호실』, 그것은 수련의 장소인 학교 안에서 유일무이한 오아시스라고 할 법한 공간입니다. 아련한 소독약 냄새, 항상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공기, 청결한 백색이 내방자를 맞아주는 침대. 그것들에 안도를 느끼는 것은 이른바 본능이라고 해도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오아시스에 핀 꽃인 양호 선생님입니다. 딱히『우리 학교 양호실 낡아빠진 목조였다』라던가『우리 학교 양호 선생님은 상냥하지만 나이 먹은 아줌마였다』라던가, 여러분의 체험은 듣지 않겠습니다, 완전 무시입니다. 보건실은 매혹의 공간, 양호 선생님은 고혹의 상징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겁니다.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라고 옛날 쿵후의 달인도 말했습니다.
「몸은 어떻습니까, 선배님?」
「……그러니까 그것보다도 그 옷차림은 어떻게 된 거야」
「아뇨, 선배님의 간병을 하는데, 역시나 옷은 청결한 쪽이 좋겠지 라고 생각해서」
「…………그래」
선배님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듯한 얼굴을 하셨지만, 그 이상 묻지는 않으실 모양이었습니다. 모에는 이론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엣헴.
「미안해, 사쿠라. 언제나 폐만 끼쳐서」
「괜찮다니깐요. 선배님은 푹 주무시고 빨리 나으세요」
이런 상태에서도 평소대로 남의 걱정만 하시는 선배님입니다. 뭐, 그런 점이 멋지지만요, 자기 몸을 신경쓰지 않으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반신을 일으킨 상태인 선배님을 억지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드렸습니다. 표정에 패기는 없고 눈썹 끝이 가볍게 찡그리며, 이마에는 차가운 얼음 주머니 *1)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이불 곁에 정좌하고(다른 자세로는 스커트 안이 보여버립니다), 뺨에 손을 대자 상기된 겉모습대로 열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조금 약해진 선배님 모습에서 감정이 들끓는구나 하고 생각하다니, 저는 실은 S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혈통일까요.
일단 확인을 끝마치고, 저는 흘러내린 안경의 위치를 고쳤습니다.
「얼음 주머니 안이 녹은 거 같네요. 얼음 갈아오겠습니다……아, 물통에 물이 아직 있나요?」
「아~……, 이젠 없을지도. 미안해, 부탁할게」
감기로 약해지신 탓인지 오늘은 선배님이 솔직하게 제게 부탁해주셔서 기쁩니다. 저는 기쁜 낯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선배님은 푹 주무세요~」
저는 부엌으로 가서 얼음 주머니 내용물을 버리고, 새로 얼음과 물을 넣었습니다. 물통에는 냉장고에 남아 있던 녹차를 붓고, 다시 선배님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생큐, 사쿠라」
베개를 선배님 머리 밑에 놓고서 선배님이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수은 체온계를 받아 들었습니다. 선배님 땀냄새가 나서 저도 모르게 승천해버릴 것 같았습니다만 어떻게든 버텨냅니다.
「38도 6분……절대 안정이에요, 선배님」
저는 양호 선생님답게(?), 안 돼요, 라면서 검지를 세우며 선배님을 몰아붙였습니다.
「선배님은 안 그래도 무리하고 계시니까요」
「아~, 응, 알았어」
선배님은 애매하게 웃었습니다.……그렇긴 한데.
「선배님, 땀 많이 흘리시네요. 닦아드릴 테니까 옷 벗으세요」
저는 타올을 손에 들고 선배님 셔츠에 손을 대――
「핫, 그만 둬, 사쿠라!?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고!」
「날뛰지 마세요, 선배님, 절대 안정이라고 말했잖아요!」
「그~러~니~까」
「얌전하게……있으세요!」
펄쩍 하고 저는 선배님 위에 올라탔습니다. 꾸엑 하고 개구리가 짜부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 기분이 듭니다만, 아마도 환청일 겁니다. 간신히 포기하신 모양인 선배님 셔츠에 손을 대려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 시선 아래에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통에 신음하는 선배, 그리고 저는 허리 근처에 다리를 벌리고(게다가 타이트 스커트입니다) 앉아 있습니다――위험합니다, 뭐라고 해도 대단히 엣찌한 시츄에이션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뇨, 이건 우연의 산물이라는 걸로 결단코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 제 욕망 따위는 티끌만치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미성년의 주장이에요?(미성년이라는 말은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인 모양입니다)
어흠 하고 저는 헛기침을 했습니다. 어쨌든 선배님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땀을 닦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상반신을 벗기고 선배님 몸을 정성껏 닦았습니다. 아아, 며칠 전에도 느꼈던 근육의 감촉.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탄력이 없습니다만.
「끝났습니다, 선배님」
「아아……고마워」
선배님이 주섬주섬 셔츠 단추를 스스로 잠갔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보자 슬슬 점심 시간입니다.
「손배님, 점심 아직이시죠?」
「아, 그렇지만 아직 식욕이」
약하게 말씀하시는 선배님께 저는 다시금 안 돼요 라면서 검지를 세웠습니다.
「안 돼요, 선배님. 제대로 드시고 기운내지 않으면 나을 것도 안 낫는다고요」
죽이면 되겠죠, 라고 덧붙이며 저는 일어섰습니다.
「……그거라면 먹을 수 있으려나. 응, 고마워」
선배님께 미소를 보내면서 저는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밥솥에 남아 있던 밥을 작은 돌냄비에 넣고, 물을 붓고서는 끓입니다. 지금의 선배님이라면 물을 적당히 넣는 게 알맞을까요 *2) 물조절을 신중하게, 약불로 보글보글 끓입니다. 소금을 한 소끔 넣고 달걀을 섞었습니다. 이 정도면 좋은 느낌입니다. 곁들여서 냉장고에 있던 매실 장아찌를 두 개, 작은 접시에 담아서는 돌냄비와 함께 쟁반에 담았습니다.
「선배니~임, 다 됐어요……」
말을 걸어 보자, 선배님은 쿨쿨 숨소리를 내고 계셨습니다. 어쩌죠, 뜨거울 때 드시지 않으면, 모처럼 끓인 죽을 후후 불어서 식혀가면서 먹여드린다는, 수백년에 걸쳐 전해지는 궁극의 뇌쇄 간호 이벤트를 실행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깨워 버린다는 것도 견딜 수 없습니다. 아아, 선배님의 주무시는 얼굴은 티없는 소년처럼 멋지다기보다는 귀엽습니다. 아까 땀냄새를 떠올립니다.
퍼뜩. 머릿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습니다.
차, 찬스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제 안의 하나님 같은 존재가 기운차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의 선배님 정도 무방비할 때가 있겠습니까, 아뇨 없어요(반어)!
저는 쟁반을 바닥 위에 놓고는 살포시 웃으며, 백의의 호주머니에서 코르크 마개를 한 작은 병과 주사기를 끄집어냈습니다. 실은 이건요, 제가 만든 게 아니라 어떤 신뢰할 만한 분에게 입수한 겁니다. 아무튼 이걸 신경 주사하는 것만으로 심신이 모두 여러 의미로 건강해진다는 마법의 약이라고 합니다. 작은 병의 라벨에는 『빗자루 소녀 매지컬 앰버가 인정한 건강약☆』이라고 일곱가지 색깔의 동글동글한 글자로 쓰여 있었습니다. 뭔가 이 센스에는 친밀감마저 느끼는 건 왜일까요.
주사기의 커버를 벗기고, 거꾸로 세운 병의 코르크에 바늘을 찔러 넣었습니다. 주사기에 약을 다 넣고는, 손가락으로 몸체를 두 번 정도 두드려서 조금 남은 기포를 빼냅니다. 아아, 이 액체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푸른색 조합이 견딜 수 없습니다. 저는 안경의 위치를 다잡고서, 흘러나온 침을 백의자락으로 닦았습니다선배님팔을잡았습니다근육에살며시떠오른푸른혈관이너무나도섹시합니다주사기의피스톤을가볍게당기자액체가바닥에떨어진자리가핑크빛으로변색됐습니다주사기가반짝하고은색으로빛납니다선배님선배님드디어바늘을팔꿈치안쪽으로가져갑니다선배님선배님피부는무척섬세해서흥분됩니다선배님이뒤는눈부신둘만의세계가시작됩니다행복합니다선배님선배님바늘이찌르기까지앞으로5센티4센티주사기를든손이떨리지만모든의미로괜찮습니다상관없습니다3센티선배님2센티1센티5밀리3밀리1밀리
「오빠~!」
오늘도 기운차게 꽝 하고 장지문이 열렸습니다. 평소대로 너무나도 멋들어진 타이밍입니다. 환자의 방에 어울리지 않는 그 목소리에 선배님이 우웅하고 신음하며 흐릿하게 눈을 떴습니다.
「응……이리야구나……」
눈을 계속 비비며 선배님은 상반신을 일으키고,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어라……이 바닥 왜 이래, 사쿠라?」
「아아아아아아아아뇨아무것도아닙니다니까아닙니다예」
저는 크게 당황하여 바닥에 깊숙히 박힌 주사기를 감췄습니다. 핑그색으로 변색되어서는 흐물흐물 녹기 시작하는 바닥을 바꿀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라니……왠지 녹색 연기가 나오고 있는데」
「기분 탓입니다」
「……그런가」선배님은 왠지 포기한 듯이 제게서 눈을 돌리고――약속대로 절규했습니다.
「…………이, 리야. 그건」
너무나도 원패턴이라서 이젠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저는 아무튼 이리야쨩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에에또, 왈가왈부할 거 없이 딱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겁니다, 백의의 뭐더라.
순백의 원피스는 청결하고, 소매는 무척이나 건강하고 뭐한 느낌으로 미니였습니다. 게다가 똑같이 순백의 하얀 오버 니 삭스. 그 사이의 절대 영역인 정강이가 너무 눈부실 정도라서 눈이 부서져버릴 것 같습니다. 납짝한 가슴에는 『이리야』라고 쓰여진 장방형의 명찰이 조그맣게 안전핀으로 매달려서, 너스캡이 머리 위에 올려져 있으면 이젠 완벽입니다. 제 머릿 속에 왠지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로리로리 너스』
「어때~? 귀여워?」
이리야쨩은 그 장소에서 기쁜 듯이 빙글 회전합니다. 뭡니까, 저라도 그건 아니겠지 생각한 걸 이렇게나 간단히 해치워버리는 겁니까, 이 꼬맹이는. 그 미니스커트가 환자 간호할 차림이냐, 쨔샤. 그보다 로리에 너스라는 그런 범죄, 용서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직아직 멀었어~라고 개기는 거냐. ××에 ×××해서 ××해 버린다, 쉐캬.
「오빠, 내가 치료해 줄게!」
제가 어금니를 깨물다가 이를 삼켜버리기 전에, 이리야쨩은 손에 든 붕대를 선배님 머리에 신나게 감기 시작했습니다.
「우왓!? 이, 이리야, 그만 둬――」
이리야쨩의 미묘하게 어긋난 의료 행위로 인해, 미이라 사나이가 하나 완성되었습니다. 쌕쌕 하고 청결한 천 사이에서 스며나오는 숨소리가 미묘하게 기뻐 보인다는 건 제 기분 탓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리야쨩은 갑자기 이쪽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잽싸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사쿠라, 그 옷 어울린다」
어른스러워서 예뻐, 라고 미소로 칭찬해주었습니다. 너무나도 예상 밖의 말에 저는 멍청해져서는「고, 고마워」라고 어떻게 대답했습니다. 그 미소는 눈이 반사하는 아침해처럼 눈부셔서.
「혹시나 말야?」
이리야쨩은 저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어갑니다.
「혹시나 말야? 내가 아프면……그 옷으로 간호해 줄래?」
목소리는 조용하니 가루눈이 쌓이는 소리처럼 무척이나 상쾌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정도의 자비마저 느꼈습니다. 머리는 이미 선배님 쪽으로 돌려서, 저로서는 그 표정을 엿볼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라고 말하면서 그 말에는 확신 같은 것마저 엿보이고.
「예에, 물론」
정신을 차리고 저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이리야쨩은 해맑고 기쁜 듯한 미소를 보이며 절대로야~? 라고, 마치 외출 약속을 다짐하듯이 말했습니다.
「에에, 다음은 어떻게 하지, 오빠」
이리야쨩은 다시금『의료 행위』에 열을 올리려고 하는 모야이었습니다.
「맞아! 푹 잘 수 있게 노래해 줄게!」
그렇게 말하고선, 미이라 사나이가 된 선배님 이마에 손을 올리고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Ich weiß nicht, was soll es bedeuten,
Daß ich so traurig bin;
Ein Marchen aus alten Zeiten,
Das kommt mir nicht aus dem Sinn.
자비로운 듯한, 달콤한 듯한, 뭔가를 원하는 듯한, 뿌리치는 듯한, 따뜻한 것 같은, 차가운 것 같은, 업템포인 듯한, 슬로운인 듯한, 활기찬 듯한, 쓸쓸한 듯한――그런 노랫소리였습니다.
「고마워……그것보다도 이리야」
우물거리는 소리를 선배님은 붕대 안에서 냈습니다.
「저기 이불 옆에 있는 죽……먹여주지 않을래? 물론 입으로d」
선배님 안면에 뜨끈뜨끈한 죽을 쫙쫙 끼얹어 주자, 선배님은 괴성을 지르며 기쁜 듯이 튀어 올랐습니다
